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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학원가 ‘기상천외 私교육’… 전문가 “효과 입증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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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학원가 ‘기상천외 私교육’… 전문가 “효과 입증안돼”  

 

‘대부분의 속독법은 ( )를 중시하는 방법으로…고도의 ( )독서가 가능하다.’ 

 

22일 오후 서울 광진구 K학원. 초등학교 3∼6학년 학생 7명이 빨리 듣기 연습을 하는 ‘속청(速聽)수업’을 받고 있었다. 학생들은 보통 속도보다 2, 3배 빠른 속도로 낭독하는 테이프 내용을 들으며 빈칸을 채워 넣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테이프 듣기가 끝나자 강사는 답을 공개했다. 

 

“정답은 ‘스피드’와 ‘능률적인’이에요. 몇 개씩 맞혔는지 각자 이야기해 봅시다.” 

 

학원장 김모씨는 “빨리 듣고 읽는 훈련을 함으로써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공부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빨리 듣기, 유전자 감식=최근 학원가에서는 갖가지 기상천외한 사교육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학원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학습능률을 높여 성적을 향상시켜

준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등장한 이 속청학원은 전국에서 120개가 운영돼 5000여명의 학생을 확보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Y학습지는 유아 회원을 대상으로 유전자를 감식해 ‘과학적’ 학습방법을 제시해 준다고 나선 경우.  

 

학습지 관계자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함으로써 체력, 끈기력은 물론 독창성, 예술성 등 성향을 파악해 이에 맞는 학습방법을 제공하고 있다”며 “유전자를 통해 객관적으로 아이를 파악할 수 있어 학부모로부터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학습 스케줄 관리, 그림으로 논술 공부=연예인이나 운동선수와 같이 학생들의 학습 방법과 일정 등을 관리해 주는 ‘학습 매니저’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E교육 컨설팅사의 학습 매니저는 학생들의 전체적인 일정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실제 학생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시간관리, 암기 방법, 공부하는 자세, 학원 수강과목 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모 대표이사는 “명문대 출신의 학습 매니저들이 일주일에 4회 이상 학생과 상담한다”며 “현재 80여명의 학생들이 학습 매니저의 관리를 받고 있으며 대기자만 4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논술과 미술을 접목한 이른바 ‘그리는 논술’을 실시하는 P학원도 대구, 경기 남양주시 등 전국 11개 학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학원측은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그림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아이들이 논술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교육 전문가들은 공부할 때 방법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대 교육학과 신종호(申宗昊) 교수는 “속청이나 유전자 감식 등을 통한 학습방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입증된 바가 없다”며 “공부를 할 때는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해야 활용 능력을 키울 수 있는데 내용도 모른 채 방법만을 익히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교육학과 정진곤(鄭鎭坤) 교수는 “자기 관리 능력이 부족한 학생의 경우 효율적인 시간관리와 학습 방법 등을 배우는 것은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확인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동아일보, 2004.10.25
기사원문보기 http://www.donga.com/fbin/output?sfrm=1&n=200410250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