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앙일보] 학원의존증 줄이자 성적 올랐어요
선행학습보다 복습으로 … 자기주도적인 판단력 길러야
[사진설명]“학원 커리큘럼보다 직접 세운 공부 계획의 효과가 컸어요.” 민근희 양이 평촌의 학원 밀집지역을 뒤로 한 채 걸어가고 있다.
입시제도가 급변하면서 모범생으로 불리는 학생들에게도 고민이 생겼다. 학원에 의존하는 수동적 학습자의 수가 적지 않아서다. 전문가는 고학년이 될수록 학원의존증을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자기주도학습을 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학생들을 만나봤다.
교과서 개념 정리,기본으로 돌아가자
#1. 이성원(서울 개포중 3)양은 2학년 기말고사때 70점대에 머물렀던 성적을 이번 중간고사에는 전과목 90점대로 훌쩍 상승시켰다. 학원의존증을 극복하기로 마음먹은지 6개월만에 이뤄낸 성과다.
중학교 입학 뒤 주 6일씩 하루도 빠지지 않았던 과목별 학원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이유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성적 때문이었다. “1학년 때 반 10등을 유지했던 성적이 2학년에 들어서며 더 떨어졌어요. 과목별 성적도 들쑥날쑥했고요.” 수학은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국어·영어·사회 등 다른 주요 과목 성적은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주 5일 진행되던 수학·영어학원을 정리한이양은 학원이 짜주는 계획 대신 스스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과목마다 취약한 단원을 점검해 지난 학년의 개념을 복습하는 후행학습부터 시작했다. 학원에서 텝스 준비를 하느라 소홀했던 영어내신실력을 쌓는 데도 공을 들였다. 영·수 학원을 다니느라부족했던 자습시간을 확보하자 다른 과목의 성적도 올랐다. 성적이 오르면서 자신감이 생겨 다음 달부터는 주1회 받던 국어과외도 그만두고 사교육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할 계획이다.
#2. 민근희(경기 흥진중 3)양은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치른 첫 시험에서 성적이 뚝 떨어지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과외와 학원을 병행하며 90점대를 유지했던 수학성적이 혼자 공부한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70점대로 떨어진 것.
학원에서 내주는 과제를 풀어보기만 했던 공부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민양은 “수업내용을 정리한 노트도 없었고 시험문제가 나올만한 프린트물도 챙겨놓지 않았다”며 “내 힘으로 시험계획을 짠 것도 처음이라 시간 배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목표로 한 외고의 자기주도학습전형과 최상위권 성적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기본으로 돌아가 교과서 개념을 정리하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EBS인강으로 소화했다. 매일 스스로 계획을 짜서 실행하자 일일 공부량에도 감이 생겨 시간활용도도 높아졌다.
이렇게 6개월간 노력한 결과 2학기 중간고사에서 수학은 90점대로 제자리를 찾았다. 국어·영어·과학을 포함한 5과목에서는 모두 100점을 맞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
과목별 학습의 균형 맞추는 게 중요
학원의 과제와 커리큘럼만 따라 공부하는 습관은 자기주도학습능력 형성에 치명적이다.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목표가 없어 쉽게 질리고 시간도 흘려보내기 쉽다. 에듀플렉스 대치2점 신채린 학습컨설턴트는 “학원의존증이 심한 학생은 과목별 학습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주요 과목을 고르게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고 학원에서 가르치는 일부 과목에만 치중해 공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녀에게 선행학습을 시키기 위해 학원을 보내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스터디코드 조남호 대표는 “현 입시제도에서 선행학습은 백해일익(百害一益)”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술형내신과 자기주도학습전형과 같은 입시방식에서는 선행학습보다 깊이 있는 복습을 할 때 성과가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대생 3천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수험기간 중 방학 때 선행학습보다 복습을 했다는 답변이 월등히높았다”며 “선행학습때문에 정작 복습할 시간을 뺏기면 성적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막상 학원을 그만두고 혼자 공부를 시작할 때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이때는 학교진도를 기준으로 상세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주말엔 한 주간 학교진도 중복습하지 못한 부분을 점검하고 잘 모르는 부분을 체크한다.
학원은 혼자 공부하다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과목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하는 선이 적절하다. 엘티엘코칭연구소 엄연옥 소장은 “어떤 과목의 어떤 단원을,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수강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짠 후에 학원에 등록하라”며 “학원을 다니는 중에도 수시로 진도상황을 점검하며 계획과 일치하는지 돌아보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중앙일보, 2010.10.08
원문: http://news.joinsmsn.com/article/aid/2010/11/08/4193865.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