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서울 신동중 2학년 장은서 양(14)은 ‘얼리 버드(Early Bird)’다. 평일 오전 5시 반에 어김없이 눈을 뜬다. 1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한 뒤 바로 책상에 앉는다. 일일계획표를 세운다. 오전 중엔 ‘수학 프린트 4장 풀기 및 오답정리’를 마쳐야한다. 수학문제집을 펼쳐 틀린 문제를 오답노트에 적고문제를 푼다. 한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공부를 하고나서 등교 준비를 한다.“매일 아침에 수학공부를 해요. 처음엔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지만 이젠 습관이 됐어요. 언제까지 계속 할 거냐고요? 못 푸는 수학문제가 없어지는 날까지요!(웃음)” 일요일 오전엔 가족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청계산을 찾는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빼먹는 일이 없다.등산으로 체력을 관리하는 것도 주간계획 중 하나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은 그에게 매우 중요하다.》
장 양은 자타공인 ‘계획의 여왕’이다. 학습 및 생활 목표를 정한 뒤 일일, 주간, 월간 계획을 꼼꼼히 세운다. 세운 계획은 반드시 지킨다. 예를 들어 오후에 꼭 해야 할 공부계획이 있는데 시간이 촉박하다면 점심을 조금만 먹는다. 포만감에 졸다가 계획을 못 지키게 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아니 몇 개월 전만해도 그는 계획의 중요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 차라리 ‘자유로운 영혼’에 가까웠다.
초등 5학년을 마치고 2년 간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을 때는 한국에서 생활할 때와는 또 다른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수업 후엔 친구들과 수영장에 갔다. 시간 날 때 시내 백화점에 가서 학용품과 간식거리를 사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특별히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는데 성적표에는 늘 ‘A’나 ‘B’학점이 찍혀있었다.
지난해 1월 한국에 돌아온 뒤 장 양은 중학교에 입학했다. 확 달라진 학교생활을 온 몸으로 느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수행평가 준비도 해야 하고 시험공부는 공부대로 해야 했죠. 그런데 놀라운 것은 중학교 첫 중간고사에서 평균 91점을 받았다는 거예요. 41명 중 7등이었죠.”
희한한 일이었다. 별로 공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왔다. ‘나는 조금만 해도 성적이 금방 오른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성적은 80점대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수는 예상대로 나오지 않았다. 2학기 중간, 기말고사에 성적이 더 떨어졌다. 반에서 16등까지 내려갔다.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2학년 1학기 때 치른 적성검사다.
“초등 고학년 때부터 사촌동생들에게 덧셈, 뺄셈을 가르쳐주면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꿨어요. 적성검사 결과를 받아보니 적성에 맞는 직업란에 ‘교사’라고 적혀있는 거예요. 내심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더라고요. ‘과연 이 성적으로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동안 보낸 시간을 반성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것이 바로 ‘계획 세우기’다. 네 살 위인 친언니의 조언을 들었다. 언니는 “나도 혼자 공부하면서 성적이 올랐다. 혼자 공부하려면 스스로 공부계획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목표는 다가오는 2학기 중간고사에서 성적을 올리는 것이었다. △중간고사 대비 계획 △주간 학습 계획 △일일 학습 계획을 세웠다. 매일 오전에 △수학문제집 4장 풀고 오답정리 △교과서 7단원 영어단어 암기 △사회 교과서 8∼11쪽 복습 △과학 지질시대 정리 및 암기 등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웠다. 특히 취약과목에 대한 계획은 철두철미하게 세웠다. 1학기 때 각각 68점, 78점을 받아 평균 점수를 깎아내린 주범이었던 수학과 과학에 집중해 계획을 세웠다.
꼼꼼히 세운 계획은 반드시 실천했다. 장 양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뒤로 머릿속에 ‘미루면 안 된다’는 생각을 지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학은 문제를 많이 풀기보단 오답노트를 따로 만들어 틀린 문제를 2, 3번씩 반복해 풀었다. 과학에서는 낯선 용어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암기하지 않고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장 양은 학교와 집을 오가는 버스에서 생물과 화학 교과서를 틈틈이 읽었다. 읽었던 내용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남았다. 틈틈이 공부한 것은 시험 직전에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됐다. 공부시간도 늘었다. 이전까지 한 과목에 30분 이상 공부한 적이 없었다. 집중해서 공부하지 않았던 것이다. 과목 당 공부시간을 1시간으로 늘렸다. 집중력을 갖고 여러 번 반복했다.
장 양의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예체능과목을 제외하고 평균 92점, 반에서 3등을 했다. 수학이 20점 가까이 올라 87점, 과학도 96점까지 올랐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높아졌다. 뭐든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방학 땐 3주 동안 ‘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두부와 김치, 두유만 먹으며 식단을 조절했다. 매일 오전 9시에 집 근처 한남대교에서 성수대교까지 왕복으로 1시간 정도 걸었다. 1년 전에 비해 몸무게가 12kg 줄었다. 장 양은 “힘들었지만 다이어트에도 성공하니 ‘살도 뺐는데 못할 게 없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장 양을 대하는 친구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성적향상의 비결이 계획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친구들이 장 양의 계획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빌려갔다. 예전엔 그가 계획표를 짜고 있어도 관심이 없던 친구들이 “기말고사 계획 어떻게 세웠느냐”면서 계획을 적는 수첩을 빌려달라고 했다. 시간대 별로 어떤 과목을 공부하는지 하루에 몇 시간 공부를 하는지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장 양과 비슷한 계획표를 만들어 가져왔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지키려고 노력한 것이 저를 만들어줬어요. 저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는데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거예요. 화장품, 요리, 커피 등 관심분야도 전보다 넓어졌어요. 요즘엔 계획만 잘 실천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원본: http://news.donga.com/3/all/20101122/32774643/1
에듀플렉스 압구정지점 장은서 학생이 기사화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