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동아 김지연기자
현재 상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여러 전형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이 전형은 수능 점수로 ‘줄 세우기’를 통해서 아이들을 선발하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의 획기적인 전형이다. 이 전형에서는 학생의 다양한 활동들과 더불어 학업 역량을 평가한다. 여기서의 학업 역량은 단지 ‘내신 등급’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바로 자기 주도적으로 얻은 학업 역량을 의미한다. 즉, 학생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무언가를 해내는 과정 자체를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문제풀이를 통해 등급을 올리는 것이 대학이 추구하는 학업 역량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렇게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형에서 유리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학습 자체를 과정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이 장기전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 능력의 중요성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기 전에 ‘공부’라는 말의 의미부터 다시 살펴보자. ‘공부하다(工夫--)’라는 말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이다. 이 단어는 철저한 주동문이며 능동문이다. 즉, 공부를 하는 주체가 자발적인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 행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공부를 ‘하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요즘에는 ‘공부하다’라는 말이 학부모들에게는 시킨다는 의미의 ‘사동(使動)’이며, 학생들에게는 당한다는 의미의 ‘피동(被動)’이다. 학원 강사나 부모님 등 누군가가 공부를 강요하니 별 수 없이 하는 학생들이 태반인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공부를 억지로 당하거나, 심지어 그마저도 하지 않고 아예 피하는 학생도 있다. 끌려 다니는 공부가 답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렇다면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공부를 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책을 펴고 무작정 지식을 집어넣는 행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학교나 학원,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지식을 배운 이후에 생각하고 고민을 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수업의 연속이거나 숙제의 반복일 뿐, 배웠던 지식을 돌이켜보고 나의 것으로 만들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 학생들은 ‘아는 것’과 ‘아는 것 같은 느낌’을 구분하지 못하며, 때문에 설명을 듣는 순간에는 ‘아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자신이 직접 문제를 풀려고 보니 ‘모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학생들은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남는 것이 없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학원을 돌고 돌지만 원하는 만큼 성적은 오르지 않고 체력마저 떨어진다. 이 때 결국 필요한 것은 자기주도학습 능력이다.
자기주도학습은 학생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학습 과정을 이끌어 나가는 학습 활동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부를 하는 이유를 가지고 목표를 설정한 후, 실제적인 학습 전략을 세워 적절한 공부환경 속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학습에 대한 학생의 생각과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학부모가 자녀의 자기주도학습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자녀가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의 학습을 위한답시고 족집게 강사나 과외 선생에게 비싼 사교육비를 지출하며 밤늦도록 이 학원, 저 학원을 돌아다니도록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학부모는 자녀의 공부 수준이 어느 정도이며 어떤 태도와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관찰한 후에, 가장 적합한 학습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즉, 부모는 자녀가 반복적인 사교육에서 벗어나 학습을 스스로 진행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학생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습을 통해서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완성하게 된다. 스스로 장기·중기·단기 목표를 설정하여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워보고, 여러 가지 학습 방법 중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방법을 선별하며 지속적인 학습 훈련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시기마다 자신의 학습 과정을 돌아보며 이전의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보완하는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자녀가 그 과정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다독이고 함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사교육에 의존하던 때보다 성과는 더디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기다림은 필수다. 하지만 이렇게 얻어진 학생의 역량은 기복을 보이지 않고 꾸준하게 지속될 것이며 그 성취감 또한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타인에 의해 끌려 다니는 공부와 스스로 하는 공부의 차이는 바로 이 점에 있다.
지금의 학생들은 큰 성과가 없더라도 불안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교육을 찾는다. 악순환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지속할 것인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학생의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시작할 것인지 이제 선택해야 할 때다. 진정한 성장과 성취를 위해 자기주도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금까지의 일방적인 수업 듣기에서 벗어나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한다면 학생들은 공부를 ‘하는’ 것을 넘어서, 공부를 ‘원하는’ 학생으로 성장할 것이다. 결국 자연스럽게 대학에서 원하는 ‘자기주도적인 능력’을 갖춘 인재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