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봄솔 (매니저) / 대치2점
너는 가능성이다
-어느 매니저의 고백.. 미안해,…그리고 고마워!-
“공부해야 하는 건 아는데, 하기가 싫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 순간 말문이 막혔다. 겨울방학 후부터 점점 침체되어 있는 혜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무엇이 혜리를 끝없이 가라앉게 만드는 걸까… 6개월이상 고민해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의욕이 사라지는 듯한 무기력한 모습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방향을 잃을 듯한 느낌이었다.
혜리를 처음 만난 건, 많은 친구들이 좌절을 맞본다고 하는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도 끝난,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 중간고사 본 뒤였다.
“원래 중학교 안양 쪽에서 전교권이었던 친구예요. 고등학교 올라와서 첫 시험 이후 성적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동안 학원을 다니다가 진도만 나가는 수업에서 도움을 받지 못해, 여름방학이 끝나고 혼자서 했다고 해요. 말도 잘 통하고, 어른스러워서 매니저님하고 잘 맞을 것 같아요.”
원장님과 등록상담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왠지 모를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상위권 친구. 거기다가 이야기도 통할만큼 어른스런 친구란 이미지. 왠지 재미있고도 한결 편안하게 매니지먼트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역시나 혜리는 자신의 단점도 잘 알고, 에듀플렉스에 오기 전까지의 자신의 생활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친구였다. 고등학교 첫 시험 이후로 성적이 떨어진 이유도 첫 시험 이후 자신이 좀 덜 해도 성적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공부를 미루기 시작했다고 했다. 성적이 떨어진 이후 안되겠다 싶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선행 위주의 빠른 수업을 진행하는 대치동 학원가의 수업이 자신에게 맞지 않았고, 숙제를 제대로 해가지 않아 거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이 진도나 숙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것도, 실천이 약한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더불어 자신이 100을 계획하면 80만 하고 괜찮다 생각하고 넘어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확실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했다.
이렇게 첫 만남을 마무리하면서 성적표를 받아보자, '헉…' 이란 생각이 들었다. 첫 시험에서 전교에서 50등 이내, 기말고사에서는 그보다 떨어진 성적이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학기 중간고사의 성적은 1학기 첫 시험과 비교해봤을 때 과목당 10~30점 이상씩 떨어졌고, 전교등수도 100등 이상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약점과 도움 받고 싶은 것이 명확한 친구인 만큼, 그리고 공부에 대한 의욕이 있는 친구인 만큼, 실천이 따르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보이는 친구인 만큼, 매니지먼트에 맞춰 빠르게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아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오산이었다.
처음 매니저와 함께 공부하기 시작한 혜리는 의욕적으로 공부했다.
매니저와 함께 세운 계획을 100%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다가올 기말고사를 열심히 준비했다. 혜리는 2학기 중간고사 때 떨어진 성적을, 자신을 믿고 있는 어머니께 보여드릴 수 없었다고 했다. 기말고사 때 꼭 성적을 올려서 중간고사 성적도 당당하게 보여드리고 싶어 했다. 집에서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하기 싫은 마음에 딴짓을 했다던 혜리는 학습실에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힘들다’란 표현도 했지만, 그동안의 보충이라며 열심히 노력했다. 비효율적이라 판단한 수학학원도 끊고, 수학 개별지도를 받으면서 개념부터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개별지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수학에서의 약점을 찾아 보완해갔다. 이렇게 선행위주의 공부가 아닌 학교 내신 위주의 공부가 시작되면서 혜리도 뭔가 ‘대비’되어가는 느낌에 만족했다.
누가 노력이 배신한다 했던가.
혜리는 불과 시험대비 1달만에 수학도 30점 이상이 올랐고, 전교등수도 100등 이상 올랐다.
다만 심한 불안감으로 인해 첫 날 시험이었던 영어에서 서술형을 옮겨 쓰지 못하는 실수로 아쉬움을 남긴 기말고사를 봤다. 그러나 ‘하면 된다!’, ‘시작하고 실천하면 된다!’를 느낀 기말고사 준비기간이었다. 혜리도 충분히 그 가능성을 느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혜리는 변화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