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매니저) / 중계점
Intro. 첫만남
선각이를 처음 본 것은 작년 1학기 기말고사를 한 달 앞 둔 6월 이었다. 약간 검은 피부에 알이 약간 커 보이는 뿔 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첫 인상은 매우 조용하고 착하게 생긴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스타일은 스타일일 뿐. 누나 3명을 둔 막내여서 그런지 몰라도 나와 조금씩 친해지면서 조잘조잘 말도 잘했다. 전형적인 남학생들만 관리하던 나에게 반말을 자연스럽게 섞어가면서 하는 여학생 특유의 말투는 듣기에 약간 거슬렸다. 하지만 이 말투의 특이한 점은 혼내야 할 타이밍을 교묘하게 피해간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그 말투에 적응해 버렸다.
1. MBTI 유형 파악
INFP 와 친해지기 : 융통성 발휘 및 독특함 인정
선각이의 MBTI 유형은 INFP 였다. 일명 ‘잔다르크’ 형. 마음이 따뜻하고 대체로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편이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관심 있는 일에는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고 자신의 일관된 가치관과 맞지 않을 경우 강한 저항심을 가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타인의 공격적인 비판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관계가 단절되기도 한다.
선각이는 이런 INFP 유형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유형의 학생에게 관리 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친해지기’ 이다. INFP는 환경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편안하다고 느낄 때까지 주변을 탐색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나는 선각이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단점보다는 장점을 부각시켜 주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자그마한 노력이나 변화에도 칭창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가끔 지각할 때도 무조건 다그치기보다는 지각한 이유를 먼저 물어보고 충분히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머니께서는 지각할 경우 크게 혼내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나는 혼내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것을 어머니께 설명해 드렸다. 선각이에게는 원리원칙을 따지기보다는 융통성을 발휘해서 선각이만의 독특함을 인정해 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다. 이런 노력 끝에 한 달 만에 선각이과 ‘친해지기’ 미션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2. 학습 동기 탐색
욕구성향탐색 ⇒ 자아탐색 ⇒ 직업탐색 ⇒ 대학/학과 탐색 순으로
1학기 기말고사는 전 시험에 비해 눈에 띄게 변화된 모습이 없었다. 보통 고등학생의 성적변화는 6개월 간 꾸준히 했을 때에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장기적인 안목에서 2학년 성적변화를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VLT 시그마 검사 결과를 참고로 전략을 구상하였다. 욕구성향 중 즐거움이 가장 높게 나왔다. 선각이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가를 탐색해 보았다.
첫째, 여자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
둘째, 그림그리기.
이 둘을 모두 만족 시킬 만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다행히도 선각이는 처음부터 여자친구와 에듀플렉스를 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알았다. 초기에 같이 식사를 하는 여학생이 있어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냥 알고 지내던 친구라고 해서 그냥 그런 줄로만 알았다. 정말 나란 사람은 눈치가 없는가보다. ‘친해지기’가 마무리가 되고 나서야 둘이 애인 사이라고 밝혔다. 어째든 선각이가 즐거워하는 것 하나는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었다. 원장님과 다른 매니저님께도 둘이 애인 사이라는 것을 알렸고, 선각이 어머니께도 충분히 설명을 드려서 이해하실 수 있게 만들었다.
두 번째 즐거움인 그림그리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선각이는 학습실에서 그림을 자주 그렸다. 매니저의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틈만 나면 그림을 그렸다. 매니저가 볼 때는 그다지 잘 그린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1시간을 공부하면 30분은 그림 연습이니 잘 나올 리가 없었다. 당연히 성적도 중하위권에 맴돌고 있었다.
나는 선각이가 학습실에서 그림 그릴 수 있는 시간을 셀프리더에 적어 주었다. 공식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차피 공부 중에 그림 그리나 별도로 그림 그리는 시간을 주나 공부시간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집중도가 달라지니 공부 진도나 깊이가 좀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VLT 시그마 검사 중 목표 탐색 능력에서 진로 목표가 낮게 나왔다. 미래에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꾸준히 진로탐색하는 상담을 진행하였다. 커리어넷의 진로검사, [나의 가치 탐색하기], [나의 장점 발견하기], [10년 후 내 모습 그리기] 등의 상담을 하면서 점차 디자인계열직 이라는 대략적인 진로가 생겨났고, [입시컨설팅], [희망대학 희망학과 집중탐구], [희망대학/학과 입시요강 집중탐구], [대학생활 계획표] 등의 상담을 하면서 대학과 학과의 구체적인 목표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