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애경 (매니저) / 창동점
"수학을 왜 해야 해요?"
"싫은데요?"
"안 할래요. 포기할거에요"
"그냥 내버려둬요"
10개월 전,
전 매니저님의 보직 변경으로 제게 온 S군은 늘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친구였습니다.
그러던 그 녀석이 요즘은 제게
"매니저, 이제 영어, 국어 푸는 거보다 수학 푸는 게 더 좋아요"
"점수가 낮아도 매니저 믿고 매니저가 하라는 거 다하고 시험 봐서 기뻐요"
"사랑해요"
라는 말을 합니다.
어떤 힘이 이 친구를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을까요?
2012년 3월.
긴 앞머리를 눈까지 내려 잠을 자는 것을 감추며 학습실에서 곤히 자던 그 녀석.
"아들~" 이라는 말에 눈까지 흘기며 징그럽다고 도망 다니기 일쑤였습니다.
매니저 방의 문턱 조차 밟지도 못해 밖에 서성이며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고,
계획했던 그날의 학습 계획은 잘 지켜지지 않고 미뤄지던 아이였습니다.
▶▶ 정신: 손을 잡고 진심으로 소통하다.
상담시간이면 어김없이 졸린 눈을 치켜 뜨며,
“상담하면 시간 부족하니깐 오늘 공부할 거 빼줘요.” 라는 말로
매니저의 상담을 기다리기 보다는 학습량을 줄이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긍정에 관한 상담의 회기를 사용해보았고, 목표 상담을 해 보았고, 공부의 필요성에 관한 상담을 진행해보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 그냥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그날 우리의 상담은 사소한 이야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S군이 좋아하는 게임에서부터,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학교 생활 등등
그냥 떠오르는 말들로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고, 은연중에 이 S군은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동생은요, 공부를 엄청 잘해요. 그래서 엄마 아빠는 저랑 제 동생이 바뀌었대요.
아마 엄마아빠는 저한테 기대 안 할걸요?”
“저는 사람 잘 안 믿는데? 매니저가 사랑한다고 하는 것도 안 믿어요.
내가 뭐라고 사랑한다고 해요? 거짓말 좀 하지 마요.”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공부 잘하는 동생과의 비교로 이미 자존감은 떨어져 있었고, 그로 인해 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왔던 S군..
칭찬을 듣지 못해 매니저의 사랑한다는 말 조차 달갑게 듣지 못하는 이 친구가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매니저의 말은 당장에 믿지 못하겠지만, 매니저의 따스한 손길은 믿을 수 있도록 –
그 이후로 저는 S군에게 늘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매니저의 진심을 전했습니다.
하나님은 동생에게 주지 않은 다른 장점들을 너에게 주었노라고,
아직 우리는 그 장점을 다 찾지 못했으니 매니저와 함께 찾아보자고,
엄마와 아빠는 장남인 너에게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으나 표현이 서투르신 거라고,
매니저가 있으니 두려울 게 없을 거라고…
역시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