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미 (매니저) / 공덕점
성적의 향상 Only 학습?!
2008년 스파르타 수학 학원에 근무했었습니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과제를 해오지 않으면 집에 갈 수 없었습니다. 한 학기 안에 2권의 문제집을 풀고, 매주 60문제의 시험을 봤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적이 올랐습니다. 저의 열정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좀 노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을 만났습니다. 다른 학원생의 돈을 뺏는 등의 행동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아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쉬는 시간 그 학생과 나 이렇게 둘이 강의실에 남아 있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저기 선생님…. 아.. 아니에요.”
“뭔데 망설여요?”
“사실 제가 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말하면 웃으실 것 같아서 말을 못하겠어요.”
“내가 어떻게 누군가의 꿈을 듣고 감히 웃을 수가 있겠어요.”
“저.. 사실 검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웃으실 거죠?”
(학생의 수학 성적은 20점대였습니다.)
“내가 왜 웃어요. 정말 멋진 꿈이네!”
“근데 저는 머리가 나빠서 못할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선생님이 볼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우리 한번 해볼까?”
왠지 모를 자신감에 학생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주고 나 자신을 테스트해보고 싶은 생각에 아이와 함께 공부해보기로 했습니다.
간절함… 정신의 중요성을 느끼다.
그날 이후 시험 한 달 전부터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하여 그 학생과 수업 전에 한 시간씩 따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놀랄 정도로 이해, 사고, 암기, 문제풀이 등의 학습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내용을 5~6번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짓고,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모습에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답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그 아이의 모습에서 보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 아이를 끌어주고 싶었습니다. 질문에 답하지 못할 때마다 “역시 저는 안 되겠죠?” 라는 말에 솔직히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할 말이 아닌 듯하여 “선생님이 가능성을 봤다니까요?”라는 말로 격려하며 수업을 이끌어 갔습니다. 그렇게 첫 주는 거의 하나의 개념만 거듭 반복했습니다.
정신… 행동의 변화를 만들고, 행동의 변화가 학습의 변화를 만들다.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의 눈빛으로 변한 그 학생은 단 한 번도 수업에 늦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주.. 3주.. 가 지나며 진도에 조금씩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하겠다는 절실함 때문이었는지 내용을 익혀가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리고 중간고사 전날, 전년도 학교 시험지를 풀려보았는데.. 80점! 함께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습니다. ‘나 역시 가능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기에 더욱 기뻤습니다. 브라보~!!
깨달음
수학 시험이 있던 날. 학생에게 연락되지 않았습니다. 어머님께 전화 드렸습니다.
“어머님, 00가 연락이 되지 않아서요.”
“오늘 수학 시험에서 20점이 나왔어요. 이 아이는 공부할 마음이 없는 아이에요. 선생님이 애 써주신 건 아는데 얘는 공부할 마음도 없고 의지도 없는 아이에요. 해병대 캠프 같은 곳에서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아요.”
“아.. 네.. 죄송합니다.”
전화를 끊고 계속 눈물이 났습니다. 분명히 저는 그 아이의 의지를 보았고, 실천력도 보았고, 학습적 가능성도 보았습니다. (물론 시험지 분석 결과 난이도가 조금 올라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안 하던 공부를 했고, 스스로에게 건 기대에 긴장감이 높아져 시험을 못 본 것 같다는 판단이 됩니다.) 계속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지금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간절한 메시지 한 통을 남겼습니다. 지금 그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요? 부디 자신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제게 찾아온 깨달음.
학습적 주입만으로는 장기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일단 동기가 부여된 상황에서 진정한 행동 변화를 만들 수 있고,
그 행동 변화가 성적의 변화를 만든다.
그리고 성적의 변화가 또 다른 동기를 부여한다!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