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렉스 자기주도학습 효과
학생 & 매니저 수기
자기주도학습 전문가

정유진 (매니저) / 대치2점

2년 반 전, 중학교 3학년 치고는 키도 제법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에 흰색 후드 티를 푹 뒤집어 쓴 한 남학생이 제 방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음 속에 답답하고 속상한 심정은 가슴 깊숙이 숨긴 채 그래도 이제는 공부를 좀 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어머님의 설득에 못 이겨 에듀플렉스의 문을 두드리던 그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처음 만나던 날, 저는 선홍이와 상담을 할 때 ‘우선 오늘은 이 아이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어주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지요. 초기 상담이었지만 상담 시간이 흐를수록 선홍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 기억에 남는 일들, 최근 고민하고 있는 것들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야기 도중에 갑자기 그러더군요. “처음에는 괜히 머쓱하고, 왠지 공부에 대한 이야기들만 많이 하실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아니라 왜 ‘매니저님’이라고 부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왠지 느낌이 좋아요, 매니저님.”이라고. 뭔가 이 아이의 내면에서 움직임이 일었다는 것을 감지하였고, 조금씩 매니저에게 안겨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날 이후, 학교 수업을 잘 듣고 필기를 해온 뒤 매니저와 함께 복습 계획을 짜고 그것을 실천하는 가장 '공부의 기본’을 지켜나가며, 선홍이는 점차 조금씩 안정되게 공부해보려는 의욕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사실 시험기간 직전에 들어와서 매니저가 제시하는 계획과 학습 부담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잘 따라와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을 보내서인지 가끔은 외국-한국의 학교 공부 방식의 차이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을 힘들어하기도 했고, 특히 수학은 선생님과의 잦은 마찰로 ‘질렸다’라고 표현하기에 이르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수학 과외는 숙제만 많으니까 괜히 기가 꺾이고 더 하기 싫어져요. 솔직히 답지 보면 되니까 숙제 같은 거도 미리 안 해도 되요.”

 

그 말을 들은 저는 어머님께 바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과외 수업의 과정이나 결과를 좀 더 지켜보시기는 하되, Stop하시면 에듀코치 개별지도를 받으면서 매니저와 함께 공부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공부는 고등학교 가면 더더욱 통하지 않을 것이니, 지금 미술 쪽으로 진로를 잡고 있는 선홍이에게 수학이라는 과목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는 않더라도 하기 싫고 어려운 것을 끝까지 끌고 나가보는 집요함이나 끈기를 길러주는 것 또한 중요한데, 이대로라면 계속해서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겉으로만 이해되는 척할 뿐이며 이것은 다른 과목의 공부 습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이지요. 다행히도 조금씩 변화하려는 기미를 보이는 선홍이의 모습에 매니저를 믿어주셨던 어머님께서는 과외를 끊고 선홍이가 달라질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성실하게 매니저를 잘 따라오면서 공부를 하고 있던 선홍이였지만, 어느 날 상담 도중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매니저님, 공부는 왜 할까요? 세상에는 재미있고 호기심 가득한 일들은 얼마든지 있는데..공부는 솔직히 재미가 없잖아요. 해야 하는 건 아는데 가끔은 진짜 하기 싫을 때도 있어요” 다른 또래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뚜렷한 아이인데도 가끔 슬럼프처럼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는 선홍이에게 그 답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했습니다. 사실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단순히 주변 상황이나, 학생이니까 라는 막연함만 안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그것에 대해 스스로 자신만의 공부 이유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기 위해 '공부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유 없이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꿈에 다가가기 위한 가장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공부라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 현실에서 미래의 성공을 위한 투자라는 개념도 있다는 것 등등에 대해서 말이지요. 

 

사실 선홍이의 마인드를 조금씩 긍정적으로 돌리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럴수록 매니저의 생각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선홍이가 의욕을 보여주고 싶고, 무언가 해보려고 하는 데 잘 되지 않아서 짜증이 날 때도 있다는 것도 이해해. 하지만 사람이 하루 아침에 변할 수 없듯이, 방법을 좀 더 너한테 맞게 바꿔서 이런 생각들을 너 스스로 잘 이겨내면 선홍이는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런 학생의 사소한 변화는 매니저가 이 일을 하는 보람이지.”

 

"저는 엄마한테 유독 약해요. 제가 엄마랑 잘 통한다는 건 잘 아시죠? 주변 친구들을 보면 우리처럼 사이가 좋은 엄마-아들 사이도 잘 없던데.. 고민도 잘 들어주고. 사실 OO이 일 때문에 힘들어하시던 모습도 옆에서 많이 봤고 해서인지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요. 내가 잘하면 기뻐해주시는 모습을 봤을 때 엄청 뿌듯하거든요. 그리고 사실 투덜거려도 결국은 공부가 나중에 제가 꿈을 이루기 위해 도움이 되니까 다들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매니저님한테 이렇게 이야기하니 좀 낫네요."

 

공부에 대한 의미를 찾은 후에는 선홍이는 한 계단 한 계단씩 계속 성장해갔습니다. 조금씩 성적이 올라가는 것에 성취감을 느꼈는지, 사실 미술 실기나 대회 등을 준비하면서 공부를 병행해나간다는 것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쉽지만은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스스로 욕심을 부리면서 더 찾아서 공부하고 ‘공부, 생각보다 할 만 한데?’라는 생각으로 지금보다 좀 더 잘해보려고 애쓰는 아이가 되어있었습니다.

 

어느덧 선홍이와 제가 함께 한 지 2년 반, 동고동락하는 날들이 길어지면서 가끔 "너 말 안 듣고 계속 그러면 매니저님, 어느 날 갑자기 너 몰래 도망가버릴 거야."라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할 때면 귀신같이 알아듣고 "그러면 저는 지구 끝까지 쫓아갈 거예요. 그러니까 애초에 그런 생각은 접으세요~"라고 다 큰 사내 녀석이 애교를 피워주기도 하고, 뜬금없이 쉬는 시간에 매니저 방에 들어와서 앞에 앉더니 "매니저님 없으면 전 지금쯤 어떤 학생이 되어 있을까 싶어요. 아무튼 고마워요."라고 이야기해 감동을 주고, “엄마는 나를 태어나게 했고, 매니저님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했어요. 그러니까 매니저님은 저의 또 다른 엄마예요. 사실 엄마보다 요즘에는 매니저님 얼굴을 더 오래 봐요.”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해서 상담 중에 오히려 매니저의 마음을 왈칵 거리게 만들어버리는 녀석.

 

이 아이가 고민하는 것, 필요로 하는 도움 등을 함께 고민해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으로 있는 것. 그리고 아이의 변화와 성장을 그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매니저라는 제가 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선홍아, 너도 나에게 큰 선물이고 행복이야. 언제나 네 옆에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줄게.”